반값으로 즐기는 강진 여행
청자박물관 & 디지털박물관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1,300여 점의 고려청자와 항아리를 실은 난파선이 발견되었습니다.
배에서 나온 목간(나뭇조각에 쓴 편지)을 통해 이 많은 청자가 약 800년 전 강진에서 만들어져 개성의 왕실과 귀족에게 보내진 것임이 밝혀졌지요.
이러한 발견은 강진이 중요한 고려청자 생산지임을 증명합니다.
청자의 매력을 알아보고자 한다면 청자박물관 만큼 적합한 곳은 없을 터. 박물관에 들어서면 관내 곳곳에 남아있는 거대한 가마터 유적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그냥 보면 단순한 흙더미 같지만 청자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유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3만여 점을 보관 및 전시하며, 청자의 발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줍니다.
현재 전라병영성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는 특별전이 1층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자박물관 옆에 있는 디지털박물관에서는 청자를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인피니티 미러 존. 사방이 거울로 된 공간에 무한정 반사된 형형색색 청자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LED 조명 덕에 남녀노소 누구나 인생샷을 남길 수 있죠.
아이와 함께라면 청자를 주제로 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거나 게임을 통해 청자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존을 방문해도 좋습니다.
청자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상하는 것이죠.
대나무 모양의 그릇에는 무엇을 담아서 먹었을지, 사자 모양의 향로는 어떤 사람의 방을 장식했을지, 나라면 이 그릇에 무엇을 담아 먹을지 생각해봅시다.
교과서 속 유물로 멀게만 느껴졌던 청자가 어느새 당장 지갑을 열어 사고 싶은 인테리어 잇템이 될지 모릅니다.
청자의 매력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다가올 청자축제 기간에 방문해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해 봅시다.
파도 소리 따라 산책하는 가우도
청자박물관에서 가우도로 가는 길. 왼편으로 강진만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5분 남짓 달리면 가우도로 입도하는 해상 도보교, 저두 출렁다리에 닿네요.
가우도는 강진만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이지만,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을 천천히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은 소중히 간직할 큰 선물입니다.
가우도 정상에는 전망대와 짚트랙 시설을 갖춘 청자 모양 타워가 있습니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어르신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모노레일 탑승이 좋은 선택이죠.
저두 출렁다리 초입에 있는 탑승장에서 출발하면 5분 만에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차하는 10분 동안 전망대에 올라 강진만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도 되고, 스릴을 만끽하고 싶다면 짚트랙을 체험해도 좋습니다.
정약용 발자취 따라 사색에 잠겨 보는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약 10년간 유배 생활을 했던 곳으로, 만덕산 초입에 자리합니다.
주차장에서 다산초당까지 올라가는 300미터 남짓한 오르막은 숨이 찰 정도로 꽤 가파릅니다.
그 길의 끝에 다산초당이 깨끔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풀 초(草)’ 자에 ‘집 당(堂)’ 자를 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는 작은 초가였는데, 복원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의 기와집으로 고쳐 지었습니다.
유배라는 중벌을 받은 죄인이 이렇게 고아한 집에 살았을 리는 만무하죠.
당파 싸움에 휘말려 억울하게 유배된 다산의 고난에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원래대로 복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다산초당 오른편에는 연못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는 작은 샘이었는데 다산이 산 위 샘물을 홈통으로 이어서 끌어와 크게 넓힌 것이죠.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초당 주변 산비탈에 아홉 단의 돌계단을 쌓고 층마다 무, 부추, 파, 쑥갓 등 갖가지 채소도 심었다고 합니다.
연못을 지나 몇 걸음 더 올라가면 강진만을 향해 우뚝 서 있는 정자 천일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천일각은 다산의 유배 시절에는 없던 건물인데, 그가 외롭고 쓸쓸할 때면 이 자리에 서서 강진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을 거라는 생각으로 1975년 강진군에서 새로 세웠습니다.
천일각에 올라 강진만을 바라보니 과연 풍경이 일품입니다.
하늘, 산, 바다, 논밭이 한 프레임 안에 차례로 쌓인 모습에서 조화로운 안정감마저 느껴지는데 다산의 고독한 마음이 위로받고도 남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분한 낙화로 고요하게 물드는 백련사
천일각 왼편으로 난 오솔길은 동백나무 숲을 지나 백련사로 이어집니다.
다산이 절친한 벗 혜장 스님을 만나러 가던 길이죠.
군락을 이룬 각종 야생 나무와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조화를 이룬 풍경이 꽤 운치 있습니다.
하지만 다산초당 주차장까지 편도 800미터 산길을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자동차로 이동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더라도 백련사 일주문 앞에서 근사한 동백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로 이루어진 동백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나무가 울창해 대낮인데도 은은한 어둠이 감도네요.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든 햇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낙화를 비추는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꽃잎이 하나씩 날리는 다른 나무와 달리 동백은 송이째 떨어지다 보니 오히려 낙화의 순간에 아름다움이 배가 됩니다.
여행 선물 사기 좋은 강진책빵
책이 잔뜩 꽂혀 있는 매장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서점인데, 서점이 아닙니다.
‘책’이 아닌 ‘빵’을 파는 ‘강진책빵’입니다.
우리 밀로 만든 빵을 고서 모양의 재미난 상자에 담아 판매합니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이 빵은 강진 특산품인 녹차, 귀리에 더해 코코아와 커피까지 네 가지 맛이 있습니다.
빵 안에는 백앙금, 팥앙금, 완두 앙금이 골고루 들어갑니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우유랑 같이 먹으면 더욱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빵에는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그리고 ‘강진책빵’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직접 손으로 눌러 찍기 때문에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데, 그게 수제의 매력이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데다 포장도 재밌고 다산의 좋은 기운까지 담겼으니 선물용으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강진 찹쌀로 만든 찰빵, 직접 담그는 블루베리레몬청과 생강진액청도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입니다.